신기루같았어, 진짜 섬이었어

Posted by seunggwon
2008. 7. 23. 23:51 여행노트/소이작도

◇옹진반도 소이작도의 ‘고래등’

인천 앞바다의 ‘고래등’을 아시는지. 하루에 두번씩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지는 거대한 모래사막. 망망대해를 가르고 모래섬이 불쑥 솟아올랐다가 잠수함처럼 다시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이 마치 조물주의 마술쇼를 보는 것 같다.

고래등은 인천 옹진군 자월면 소이작도에 있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뱃길로 1시간30분 거리. 뱃길은 옹진반도의 올망졸망한 섬들 사이를 지나가기 때문에 늘 잔잔한 편이다. 소이작도의 첫 인상은 인천 앞바다의 다른 섬들과 별 차이가 없다. 고래등은 소이작도 부두에서 통통배를 갈아타고 10분 정도 더 들어가야 한다. 아무것도 없는 망망대해 한 가운데 갑자기 펼쳐진 모래밭. 수평선과 눈높이가 같아서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 날이 아주 맑으면 소이작도의 언덕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한다.

모래사장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득하다. 물이 빠져 섬이 완전히 드러나면 길이 7㎞에 폭 1㎞ 정도. 면적이 30만평이나 된다고 한다. 일단 뱃머리를 모래밭에 걸쳐놓고 사다리를 통해 모래섬에 내려야 한다. 후텁지근한 날씨에도 고래등은 탁 트인 사방에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이름 그대로 모래섬의 모습은 고래등처럼 생겼다. 소이작도 주변에는 실제로 돌고래가 살고 있다. 운이 좋으면 돌고래가 물 위로 솟구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주민들은 이 모래밭을 ‘풀치’ ‘벌등’이라고도 부른다.

깊은 바닷속에 잠겨 있다 떠오르는 섬이기 때문에 백사장은 늘 오물하나 없이 깨끗하다. 모래섬의 모양은 늘 조금씩 달라진다. 파도가 높은 날은 높은 날대로, 잔잔한 날은 잔잔한 날대로 다른 모습으로 떠오른다. 물빠짐에 따라 ‘S’자 모양이 되기도 하고, ‘일’(一)자로 길게 뻗어 올라오기도 한다. 어떻게 이런 모래섬이 생겨났을까. 바람과 파도에 의해 만들어진 모래가 조류를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바다 밑에 거대한 모래사구를 형성했을 것이다.

섬이 드러나는 시간은 5~6시간씩 하루 2차례. 모래섬에서는 모든 것이 자유롭다. 파라솔 아래 수건 한 장 깔고 해풍을 맞으며 낮잠을 청하는 여유도 부려볼 만하다. 사방에 바다를 바라보며 산책하는 것도 색다른 추억이다. 아이들은 기마전, 족구, 수구, 야구 등을 즐긴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바다에 풍덩 빠져 해수욕을 즐긴다. 운이 좋으면 모래톱에서 뿔소라를 찾을 수도 있다. 멀리서 보면 사람이 바다 위에 서있는 것 같다.

어른들은 소이작도에서 준비해온 횟감에 소주잔을 돌린다. 무인도에서 먹는 막회와 소주맛이 그만이다. 모터사이클 버기카트를 싣고와 모래밭을 달리는 사람들도 있다. 스노클링, 윈드서핑, 조류래프팅, 수상스키, 체험다이빙 등 열대의 섬에서나 즐길 수 있는 수상레포츠도 가능하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모래밭에서 뒹굴다 보면 누구나 시간을 잊는다. 어느새 고래등에 밀물이 쳐들어온다. 선장은 승선을 재촉하지만 여행자들은 섬을 떠나기 싫은 눈치. 물이 깊지 않아서 크게 위험할 것도 없다. 찰박찰박 발목까지 밀려온 파도는 금세 모래섬을 안고 파도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밀물 때는 고래등 위로 바닷물이 1~2m 정도까지 덮인다.

“이런 섬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드문 현상일 겁니다. 섬과 섬을 잇는 바다갈라짐 현상으로 유명해진 곳들이 많지만 바다 한가운데 모래섬이 떠오르는 것과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그 넓은 모래섬이 한순간에 나타났다가 거짓말처럼 바닷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은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갖게 합니다”

소이작도 토박이인 김석진씨(31). 고래등을 포함해 소이작도를 휴양과 수상레포츠의 명소로 가꾸고 싶다고 한다. 여행객들에게 자연의 신비, 푸근한 인심, 즐거운 추억을 남겨주는 섬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소이작도의 볼거리는 고래등만이 아니다. 경치 좋은 곳은 포구 뒤편에 숨어 있다. 옛날 서해안 해적들의 소굴이 있어 ‘이적도’로 불렸던 곳. 지금도 이곳 ‘회충굴’에는 해적들이 머물던 흔적이 남아 있다. 모래사장이 좋은 약진해수욕장, 개펄과 모래밭이 적당히 섞여있는 벌안해수욕장도 점차 유명세를 타고 있다. 엄지손가락이 하늘을 향해 뻗치고 있는 듯한 모습의 손가락바위 뒤편으로 콩돌이 깔린 콩돌해변도 이색적이다.

스쿠버 다이버들에게는 이미 소문난 다이빙 명소. 바다 밑에는 전복과 해삼이 많다. 해녀와 양식장이 없기 때문에 해산물 채취에 별다른 제약이 없다. 낚시꾼들도 많이 찾는다. 새우는 해저 사구의 모래밭에 알을 낳는다. 새우를 먹고 사는 수많은 물고기들이 모래밭 주변으로 몰려들기 때문에 낚시가 잘 된다. 수심이 깊고 어종도 다양하다.

배를 타고 섬 주변을 돌며 선상낚시를 즐기거나 노을이 잠기는 바다에서 선셋크루즈도 해볼 수 있다. 또 주변에 붉은 달빛이 아름답다는 해당화의 섬 자월도, 봉황이 날아가는 형상의 승봉도, 드넓은 백사장으로 둘러싸인 사승봉도, 부아산 등산로와 구름다리가 있는 대이작도, 무인도인 상·하공경도와 동백섬 등 가볼 만한 곳이 많다.

바닷물 속에서 모래섬이 떠오르는 소이작도 앞바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신비가 숨어 있다.

◆여행 길잡이

○인천 연안부두 여객선터미널에서 쾌속선이 오간다. 경인고속도로 종점~인천항 4거리~백주년기념탑

(우회전)~인천 연안부두 여객터미널 4거리(좌회전)~터미널. 제2경인고속도로(종점)~백주년기념탑

(직전)~해양경찰청 4거리(좌회전)~인천 연안부두여객선터미널. 전철은 동인천역에서 내려 12번이나 24번 버스를 타면 여객선

터미널까지 간다. 터미널옆 주차장은 주차료 하루 1만5천원. 오전 9시, 오전 10시30분, 오후 3시 하루 3편 쾌속선이 떠난다. 26일부터는 성수기 특별수송기간으로 배편이 늘어난다. 어른 1만6천9백원(편도), 어린이 8,450원. 가끔 기상상태에 따라 배가 취소되거나 시간이 달라질 수 있으니 미리 확인하고 떠나는 것이 좋다. ARS 예매 1588-1661. 인터넷(www.pado.co.kr)을 통해서도 예약할 수 있다. 원광해운(032-884-3391∼5).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에서는 카페리호가 하루 2차례 운항된다. 옹진군청홈페이지(http://gun.ongjin.incheon.kr)에서 자월면을 선택하면 배편과 운항시간이 나온다.

○김석진씨가 운영하는 소이작도 마린보이리조트 (www.m-scuba.com)에서 숙박과 섬 주변 여행, 이벤트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김씨는 소이작도를 관광명소로 개발하기 위해 고향주민들과 함께 다양한 섬 여행 이벤트를 마련하고 있다. 가족단위 피서객과 MT 등 단체로 즐길 수 있는 2박3일 코스와 1박2일 코스가 있다. 약진해수욕장에서 출발해 고래등까지 가는 조류래프팅, 소이작도를 가로지르는 약 4㎞의 산악트레킹, 바다가 갈라지는 고래등에서 버기카트와 스쿠버 체험, 무인도인 사승봉도 캠프파이어 등을 포함한 2박3일 코스는 15만원. 생선회를 포함해 섬에서의 식사와 숙박, 이벤트 진행비 등이 포함돼 있다. 1박2일 코스는 8만5천원. 개별 코스는 바다낚시(배낚시) 10명 기준 1명 4만원, 개펄 체험 10명 기준 1명 1만원, 무인도 체험 10명 기준 1명 2만원, 캠프파이어 단체 15만원, 사막용 버기카트 30분 1만5천원, 조류래프팅 1명 1만5천원. (032)834-7619